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유게시판
정치적 책임이라는 웃기는 개념에 대해
이병창 2013.09.05 298
진보, 민주주의자들의 웃기는 정치적 책임론



소위 진보, 민주주의자들이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구속동의안에 찬성하면서 내건 명분이 이석기 의원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라 한다.



이들은 입으로는 다 인정한다. 내란음모 사건이란 것이 국정원의 조작의 가능성이 높다고. 그리고 이 사건이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감추기 위해 자구책으로 꺼내든 사건이라는 것을. 그러므로 이들도 내란음모죄라는 법적인 책임을 걸 수 있는지 회의적이라 한다. 그렇지만 정치적 책임은 져야 한다고 말한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논리이다. 도대체 무엇에 대해 책임지란 말일까? 녹취록에 총기니, 유류창고니 하고 언급한 소수의 발언에 대해 책임지란 말인가? 녹취록에 전쟁에 대해 기술적, 물질적으로 준비하라는 말에 대해 책임지라는 말인가? 그런 책임은 적어도 녹취록이 진실하다는 전제하에서 성립하는 말이다. 그런데 녹취록 자체가 짜깁기 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녹취록에 나오는 그런 말이 나온 맥락은 전혀 다른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녹취록의 진실성 자체가 의심스러운데, 실제의 발언을 먼저 확인해보는 것이 상식이지 않는가? 그런데도 덮어 놓고 책임부터 지라고 말한다.



좋다. 백보를 양보해서 그런 발언이 사실이라 하자. 그런 발언이 사실이더라도 내란죄를 형성할만한 사실은 아니니 따라서 법적 책임은 없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나온 말이 정치적 책임은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정치적 책임이란 어떤 것인가? 나는 그 어렵다는 헤겔철학과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연구했지만 도대체 정치적 책임이란 말처럼 어려운 말이 없다. 누가 내게 이 말을 설명해 달라.



소위 진보, 민주주의자들이 말하는 정치적 책임이란 무엇일까? 우선 그들은 여론을 말한다. 비난적인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런 비난에 대한 책임이 곧 정치적 책임이다. 그러면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 그것 역시 여론에서 정해준다. 이번 경우는 당연히 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결국 여론에 따르는 것이 정치적 책임이다. 그런데 정말 웃긴다. 이런 여론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가 생각해 보자. 이 여론이란 정권이 장악한 언론방송들을 채찍질해서 만든 것이 아닌가? 국정원이 내란음모라는 증거도 없이 어마 무시한 죄를 터뜨리고 녹취록을 조작하는 짓이 부정적인 여론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 부정적 여론에 언론 방송이 무책임한 카더라 식의 보도가 기여한 것이 아닌가? 그래 놓고는 그런 여론에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라고 한다.



좋다. 또 한 번 백보를 양보해서 정치적 책임까지 인정하자. 정치적 책임은 정치가 자신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정치적 책임이라는 것이 강제적이라면 그게 법적인 책임과 무엇이 다른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치적 책임이라는 것을 강제한다. 도덕적 책임이란 말을 생각해 보자. 도덕적 책임을 사회적으로 강제했을 때 그래서 겁이 나서 잘못했다고 용서를 비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그런 사람의 용서를 비는 행위가 대체 도덕적 사회를 위해 무슨 기여를 하겠는가? 마찬가지이다. 정치적 책임을 지라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자율적 결정에 맡겨야 할 것이다. 그 결과는 스스로 정치적으로 받게 될 것이 아니냐? 그는 정치적으로 몰락할 것이다.



그런데 정말 웃기는 놈들은 이번 국회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라면서 구속에 동의해준 소위 진보, 민주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왜 국회의원에 불체포 특권을 부여했는지조차 생각해보지 못했다. 왜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회의원에게만 그런 특권을 부여했는가? 그것은 국회의원이 정치적으로 탄압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 아닌가? 그러기에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국회의원에게 특권을 부여한 것이다. 거꾸로 국회의원이 탄압을 두려워하지 말고 정치적 투쟁을 전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다.



꼭 정치적 책임이 필요하다면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자발적으로 정치적 책임을 지도록 권유할 것이다. 그런데 정치적 책임을 지라면서 민주주의의 원리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국회의원에게 법적 권리의 보호를 박탈한 이유는 무엇인가?



누가 민주주의를 해치는가? 누가 인권을 부정하는가? 누가 이성을 거부하는가? 박근혜와 국정원, 새누리당만이 그렇게 하는가? 소위 진보, 민주, 민주주의자들은 정치적 책임이라는 말로 한 명의 국회의원을 희생시켰다. 그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스스로 민주주의의 원리를 상납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스스로 인권의 원리를 넘겨 준 것이 아닌가? 그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이성이 아니라 여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행동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내란은 진정 누가 범했는가? 진보, 민주주의자들, 당신들은 음모죄 정도가 아니다. 실제 이번 투표로 내란을 범한 현장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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