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유게시판
아버님을 산소에 모시고 나서
이병창 2020.06.16 157
저의 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워낙 노쇠하신지라 마지막에 면역력이 떨어져 여러 질병이 덮치면서 끝내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어제 선산 어머님 무덤에 함께 모시고 올라왔습니다. 오늘 이제 겨우 정신이 차려지는군요. 살아 계실 때 잘 모시지 못해 후해막급입니다.

코로나 시대라 가족의 결정으로 친족과 아버님 친구분께만 알렸습니다. 그 외에는 일체 부고를 전하지 않고자 했습니다. 혹시 소식을 듣고도 부고를 받지 못해 섭섭하게 느끼신 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물어물어 찾아오신 분들께도, 부의금을 인편으로 전해주신 분들께도 미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걱정을 끼치고 힘들게 만든 잘못이 큽니다.

어제 아직 풀도 돋지 않아 붉은 흙에 덮인 부모님의 무덤을 보고 올라오는 차안에서 아버님과 어머님의 삶을 통해 역사가 한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를 짐작해 보았습니다.

그 삶은 어느 개인이 겪은 삶과 마찬가지로 신산한 삶이었습니다. 쓰러지는 판자집 같고, 누더기를 기워서 이어나간 삶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속에서도 삶의 엄숙함을 느끼게 됩니다. 삶이란 수많은 파도들이 저마다 출렁이면서 이루는 거대한 바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파도 중의 한 작은 파도이겠죠.

아버님의 죽음을 널리 알리지 못한 잘못에 대해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합니다. 고맙습니다.
0 개의 댓글
(댓글을 남기시려면 사이트에 로그인 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