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유게시판
SENDEX, 장애인... 그리고 성(性)
강경표 2009.09.05 1395
1. SENDEX와 장애인

SENDEX(시니어&장애인 엑스포)를 보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일산으로 향했다. 지루한 지하철이지만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면 된다. 충무로에서 일산으로 향하는 지하철로 바꿔타고.. 몇몇 장애인들을 보았다. \"저 사람들도 나랑 같은 곳으로 가나보구나...\"

내가 장애인에 대한 생각을 처음하게 된 것은 후에서야 알게된 이름이지만 전호근선생님 덕분이다.  예전 논술 과외를 하면서 <공자 지하철을 타다>라는 책을 학생에게 읽어 준 적이 있었다. 그 책에는 한겨레 신문이었던가(?) 장애인 자식을 둔 부모가 쓴 글이 있었다. 너무나 통쾌하고 아름다운 글이었기에 그 글로 인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대화역에 내려 빠른 걸음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2번 출구 계단을 오르기 전... 몇몇의 전동휠체어를 타신 분들이 오도가도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장애인 리프트도 없고 엘리베이터도 없었다. 도움을 주고 싶어도 전동휠체어 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혼자서는 들 수 없을 만큼 무겁다. 주특기를 살려 빠른 걸음으로 행사장으로 향했다. 500M... 횡단 보도가 2개 있었고 그 길을 건너가면 행사장이 나온다(물론 장애인을 위한 어떤 표지나 시설도 없었다).

행사장 입구에서... 양손에 목발을 짚으신 분이 의전담당이라는 패찰을 목에 걸고 서 계셨다. 그분께 다가가 사정을 말씀드리고, 대화역으로 사람을 보내달라고 하자... 자기는 담당이 아니라면서 행사진행사무실로 찾아가라했다. 무전기를 들고 계시니 말씀을 전해 달라고 해도 담담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좋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과 악수하고 인사하기 바쁘셨다.

행사진행사무실에 찾아갔다. 통화를 하던 직원에게 사정이야기를 하자... 그 사람 대답은 이러했다... 장애인 차량은 정발산역에만 있다는 것이다. 정발산역으로 오란다. 다시 사정 얘기를 하자 자기네가 처리할테니... 박람회나 구경하란다(박람회를 구경하는 동안 대화역에서 본 그 사람들은 볼 수가 없었다).

장애인 엑스포에 장애인은 없다. 아니 장애인은 있다. 검은 세단을 타고 오거나, 행사 관계자거나, 버스를 대절해 오거나, 장애인 전용 택시를 타고 온 사람들... 그들만이 진정한 장애인 엑스포를 관람할 자격이 있는 장애인이었다.

2. 시각 장애인 이야기

철학토론대회라는 것이 있었다. 한 선생님의 부탁으로 진행요원을 하게되었기에 대회에 나갔다. 그 당시 토론주제는 \"시각장애인 안마소송\"에 관한 것이었다. 오전 학생들의 토론 내용은 뒤로 하고 선생님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어떤 선생님 한분이 시각장애인이 안마말고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나하시며 운을 띄우셨다.

난 속으로 뭐 저런 놈이 다있어... 저거 선생 맞아... 이런 생각으로 밥을 먹었다... (싸가지가 없다 생각하시면 욕해도 좋다. 하지만 그 사람의 무지에 대한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철학적으로는 박사일지는 몰라도...)

시각장애인이 안마를 하게된 건 일제시대부터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사람들이 그 앞에서 벗어도
성욕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그분들에게 안마를 시킨이유다.

시각장애인은 성욕이 없다(?) 그래 포르노는 눈으로 보는거다. 하지만 소리가 없는 포르노는 그다지 흥분을 주지 못한다. 이것은 실험에 의해 밝혀진 내용이다(이 사실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시각장애인들은 귀가 정상인보다 민감하다...그러므로... 더더욱 안마사는 안 어울린다 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들, 특히 여성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성추행, 강간 등에 더 쉽게 노출된다. 정상인의 벌거벗은 몸둥이를 감추기 위한 밀실에서... 그분들은 안마사이자, 특이한 성적 흥미꺼리일 뿐이다.

나는 시각장애인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직업이 전화교환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KT는 공기업이다. 언젠가는 그분들이 외치는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3. 성윤리 수업

한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에 올라선다. 그의 주머니에는 7만원이라는 돈이 들어 있다. 그는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향한다.
집창촌... 그가 알고 있는 사실은 이렇다. 집창촌에서는 돈만 주면, 성욕을 해결해 준다는 것...
그는 여성주의자들이 말하는 집창촌의 폐해는 모른다.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에서 장애인에게까지 그런 교육이 전달될리는 만무하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집창촌을 돌아다닌다. 손에는 돈 7만원을 쥐고... 그러나 그들을 받아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집창촌도 조금은 타락한 정상인들의 몫이니까... (MBC 2580에 방송된 이야기를 재구성 한 것임)

이 야야기를 성윤리라는 대학원 수업시간에 꺼냈다가 내가 들은 소리는 변태...와 왜 이상한고 특수한 얘기를 꺼내... 수업을 방해한다는 것 뿐이었다...
프리섹스, 젠더(사회학적 의미의 성), 동성애(호모, 게이, 퀴어), 기독교적 성윤리...순결 논쟁.. 이것이 내가 배운 성윤리의 전부였다.

장애인의 성은... 여기도 관심없는 사람이 대분분이겠지만... 최소한 그분들도 욕망의 주체인 인간이라는 사실만은 알아주길 바란다.

장애인의 성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는 소록도와 라자로마을에서 시작한다... 근대과학의 열정에 힘입어 한 때를 풍미했던 우생학 논쟁 속에... 열성인자를 가진 사람들을 도태시키기 위해서... 강제불임수술이라는 것이 있었다.

열성인자를 가진자들의 자손은 남기면 안되니까... 그러니까... 거세를 하자는 것이다... 장애인의 성이 돼지 불알 까는 식의 동물의 성에서 벗어난 것은 얼마 안된 이야기일 뿐이다.

4. 섹스자원봉사

대한민국에서 이런 얘기하면 맞아 죽을 각오를 하던가, 아니면 영원히 미친놈 또는 은둔자로 살아야 할 얘기지만...<섹스자원봉사>라는 책이 있다(번역도 되어 있다).

너무 나쁘게만 보지 않기를 바라지만... 내 아들 또는 내 딸이 자원봉사하러가요... 라고 말할 때  무슨 자원 봉사냐는 물음에 섹스자원봉사라고 하면... 자원봉사 보내 줄 부모 하나도 없다는 거 나도 잘 안다.

내 가장 친한 친구 중 한명은 노인요양센터를 운영한다. 그 녀석은 할배, 할매를 너무나 좋아한다. 천직을 가진 그 친구는 노인들 그것도 정상이 아닌 노인들도 성욕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을 나에게 읽어 보라고 권해준 사람이기도 하다.

섹스자원봉사... 말만 그럴듯하다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또는 성인(聖人)의 윤리적 잣대로 평가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인간 대부분... 아니 생명체는 성적 담론에서 자유로운 주체는 아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종족보존으로부터 시작해서 쾌락에 이르기까지 성에 대한 담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생명체는 없다.

내가 SENDEX에 다녀 온 것은 9월 2일이다. 그런데 아직도 기분이 나쁘다... 소외된자들... 정상이 아니기에 더더욱 소외될 수 밖에 없는자들...  나는 그분들이 우리의 철학적 또는 사회적 담론 속으로 들어오기를 바란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장애인 대신 장애우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 글에서는 편의를 위해 장애우 대신 장애인이라는 말을 사용함을 알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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