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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현상학 정신 장 주석15- 네로의 광기와 우수
이병창 2019.09.03 29
정신현상학 정신 장 주석(15) 광란하는 황제와 우수에 찬 황제

1) 황제의 규정

로마 시대의 정신은 두 축으로 이루어집니다. 한 축이 인격이고 다른 축이 황제의 권력입니다. 인격은 자유롭게 선택하는 권리인데 그런 자유는 오직 사유 속에서만 존재하며, 실제 내용은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 그에게 우연하게 주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인격은 공허한 자립성으로 규정되었지요.

이런 인격에 대립하는 또 하나의 축이 황제의 권력입니다. 262쪽 27줄 이하에서 이제 헤겔은 황제의 권력이 지닌 특징을 서술합니다.

“규정성이라는 본성 때문에 인격적 원자라는 절대적인 다수로 분열되면서 이런 분열이 동시에 이런 절대적 다수에 낯선 마찬가지로 정신을 결여한 점으로 집결된다.”

여기서 헤겔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개별적인 원자들이 상호 충돌하는 가운데, 최종적으로 그 모든 원자들을 지배하는 원자가 출현한다는 겁니다. 이 원자가 바로 세계의 주인인 황제입니다. 이런 논리는 언뜻 홉스가 절대 권력의 출현을 설명할 때 사용한 논리와 일치합니다.

이런 황제는 한편으로는 그 자신 다른 원자와 마찬가지로 공허한 인격에 불과합니다. 실제 내용은 외부적으로 결정되죠.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다른 인격의 생살여탈권을 갖는 존재입니다. 이게 바로 로마의 황제이죠. 이 점에 대해 헤겔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 점은 부분적으로는 인격성이 지닌 취약성을 동등하게 가지고 있어서 순수한 개별적인 현실이지만 인격성의 공허한 개체성 대립하여 동시에 모든 내용이라는 의미를 가지며... 이런 세계의 주인은 절대적으로 모든 현존을 자체 내에 포괄하는 인격이다.”

2) 황제의 광기와 황제의 고독

스스로 우연에 시달리는 나약한 존재이면서 모든 개인을 지배하는 자, 그가 황제입니다. 개별 인격의 측면에서 본다면 절대 권력이 전적으로 자의적이니 그 앞에 전전긍긍하겠죠. 살아가기 위해서 인격은 절대 권력자 황제를 배반하거나 기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황제는 그 앞에서 이 세상에서 믿을 존재가 없다는 고독을 느끼겠죠. 그는 또 그 조차 알 수 없는 힘에 사로잡혀 자신의 무의미를 느낄 겁니다.

광란하는 황제는 우수에 사로잡힌 황제와 같은 존재입니다. 여기까지 서술하다 보니 당장 로마의 네로 황제가 떠오르는군요. 로마를 불태운 광란의 그도 그를 지배하는 우수 앞에서 나약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인격에 대립하는 고독한 인격, 이 모든 인격이 고독한 인격의 전능성[geltende Allgemeinheit]를 가능하게 한다. 왜냐하면... 개체성의 일반적 다수로부터 분리되면 고독한 자아조차도 사실상 비현실적인 무기력한 자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그러나 [고독한 개인이 지닌] 부정하는 힘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내용은 정신적 힘이 지닌 혼돈[의 산물]이다. 이 정신적 힘[사회적 상호작용 즉 이성]은 기본적인 존재로 어떤 구속에서도 풀려나 미친듯한 탈선 속에서 상호 광란하며 서로 파괴하면서 운동한다.”

“.. 세계의 주인은... 자신을 실제의 신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그는 형식적 자아에 불과하므로, 현실적 힘들을 지배할 능력이 없으며, 그의 운동과 그의 향락은 마찬가지로 엄청난 탈선이다.”

3) 로마 정신의 몰락

인격과 황제의 관계를 통해 로마 시대정신은 다시 몰락하게 됩니다. 인격은 자유로운 존재이지만 인격끼리 서로 합일에 이르지는 못합니다. 그들은 사회적 상호 작용 속에서 사로잡혀 몰락하게 되죠.

한편으로 인격은 자유로운 존재입니다. 상호 부정적으로 심지어 황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관계하죠. 그러나 황제는 인격을 지배하면서 인격이 지닌 자유를 파괴합니다.

“인격은 서로 간에 그리고 그들을 연결하고 연속시켜주는 자에 대해서도 다만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런 연속성으로서 그[황제]는 그들의 형식주의의 내용을 결정해주는 본질이다. 그러나 .... 인격에게 본질로 여겨지는 적대적인 본질은 내용 없는 대자 존재[즉 인격]를 지양한다.”

황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황제는 모든 인격을 지배하는 전능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그 자신 하나의 공허한 인격이며, 그의 자의는 자신도 모르는 힘에 지배되죠.

“이 본질을 결여한 지반을 파헤쳐 파괴하는 힘은 자신이 전능하다는 의식을 얻지만 이 자아는 단순한 황폐화[Verwuesten]에 불과하다. 따라서 다만 자기의 외부에 존재하는 힘이며 그 결과 오히려 자신의 자기의식을 내던지게 한다.”

4) 근대로의 이행-자기 소외의 저인

이렇게 해서 자유롭지만 공허한 존재로서 인격과 전능하지만 자기도 모르는 힘에 지배되는 황제는 모두 몰락합니다. 이런 몰락을 통해 이제 새로운 정신으로 등장한 것은 이 인격과 황제를 몰락시킨 힘입니다.

그 힘은 곧 개인과 개인의 상호 관계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이성적인 존재, 실체이죠. 이 존재는 이성의 장 마지막에 출현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자기를 실현하는 힘으로서 자아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이제 이성, 상호 관계로서 실체가 인격과 황제를 몰락시키는 힘이 되면서 자기를 실행하는 힘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힘은 사실 개인과 개인이 상호 관계를 통해 만든 힘이죠. 그러나 이 힘은 이제 개인 밖에서 개인을 지배하는 힘으로 등장합니다. 자기가 만든 것이 자기 밖에서 자기를 지배하는 힘으로 등장할 때 헤겔은 이를 소외라 합니다. 이제 헤겔은 근대정신으로 이행합니다. 근대정신의 핵심 개념이 바로 소외된 힘이죠.

이성 장에서 이 실체를 설명하면서 헤겔에 대한 애덤 스미스의 영향을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시장 즉 보이지 않는 힘이라는 개념을 헤겔은 이런 소외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보이지 않는 힘이란 곧 자기들이 관계하여 만들었음에도 자기 밖에서 자기를 지배하는 힘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앞에서 스토이시즘 정인 순수 사유의 자립성이 회의주의를 거쳐 불행한 의식 속에서 진리를 발견하는 것을 보았다. ... 그 실제의 진리는 다음과 같은 것 속에 있다. 즉 자기의식의 이런 일반적인 타당성이 그에게 소외된 실재라는 것이다. 이런 타당성은 자아의 일반적인 현실성이지만 그 일반적 현실의 직접적으로 전도되어 나타난다. 즉 그 일반적 현실은 자기의 본질의 상실이다.”

여기까지가 로마 시대정신에 대한 해석입니다. 이다음부터는 C 절 자기 소외된 정신 즉 근대정신으로 이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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